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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나≫ 조우리
jhy_2023
2025. 5. 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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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나
걸려도 작가가 좋아하는 ‘잠과 연애’에만 영향을 받는 설정을 고안해 냈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전염병’이라는 현실에 낭만적 상상력을 결합한 이 작품은 그 누구보다 잠과 연애를 갈망할 청소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다. 『꿈에서 만나』는 사계절출판사가 새롭게 시작하는 〈독고독락〉 시리즈의 한 권으로 청소년 독자를 위한 짧은 소설 시리즈다. 문자보다 이미지에 익숙한 청소년에게 ‘읽는 재미’란 무엇일까? 그러한 질문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독고독락〉은
- 저자
- 조우리
- 출판
- 사계절
- 출판일
- 2021.07.15
조우리 작가 소설 <꿈에서 만나> 인상 깊은 구절과 마음에 남은 문장
학교 가기를 매우 좋아하는 딸아이는 작년 한 해 정말 힘들어했다. 갈 곳이 없어진 우리는 대낮에도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하나가 코로나19가 착한 질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이야기였는데(애초에 질병이 착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꿈에서 만나』는 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아이가 생각한 착한 질병은 감염되면 힘이 세진다거나 초능력을 가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잠과 연애에 관심이 많은 나는 내 취향대로 변형했다.
NARC-19 감염 초기에는 5~10분 정도의 불규칙하고 발작적인 수면 상태가 반복되다 중기로 갈수록 길고 잦아졌다. 수면 시간이 4~5시간씩 하루 2, 3회 반복하는 것을 정점으로 차차 다시 짧아지고 드물어지다 완치되었다. 이 패턴이 잠복기 없이 2~3주의 기간에 걸쳐 발생했다.
특이한 점은 발병자들이 모두 십 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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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안 나가면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일부 고3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질병 결석을 수용했다. 다만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중기까지 진행되어 깊은 잠이 들어 버린 학생들을 데려가기 위해 학부모들의 학교, 학원 출입이 잦아졌다.
바쁜 부모를 위한 픽업 서비스도 등장했다. 잠이 든 학생을 구급용 들것에 눕혀 2인 1조로 나르는 일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실려 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평화롭고 나른해 보였다. 가끔 좋은 꿈을 꾸는지 미소를 머금고 뒤척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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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와 교실, 운동장, 급식실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 누워 잠든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디서든 머리를 대고 잘 수 있도록 쿠션이나 인형을 안고 다녔고 불편한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었다. 잠이 덜 깬 아이들과 곧 잠에 빠질 아이들, 잠든 아이들이 뒤섞여 학교의 분위기는 더없이 나른했다.
“그럼 홍보부원이 누구야?”
“없어.”
“없다고?”
“재작년에 학생회 축소하면서 홍보부는 부원 없앴어. 하려는 애들이 하도 없어서.”
니나는 거의 절망적이다. 포스터를 만들어 본 적이 없을 뿐더러 포토샵도 다룰 줄 모른다. 학생회 임원은 꼭 해야 한다던 엄마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내가 도와줄게.”
곧 울어 버릴 것 같은 니나의 표정을 살피던 학생회장이 손을 들고 말했다.
“잘됐다. 회장 그림 잘 그려. 역시 회장. 리더십! 얘들아 박수!”
부회장의 말에 아이들은 박수를 짝짝 치고 곧 썰물 빠지듯 학생회실을 빠져나갔다.
니나와 회장 둘만 남았다. 언제 시간 되냐고 묻는 회장의 뒤통수 너머로 니나는 후광을 본 것 같다. 아까 대답 좀 잘해 줄걸, 니나는 3초 정도 반성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니나는 멀쩡했다. 니나는 화가 났다. 묻고 싶었다. 이렇게 온통 네 생각뿐인데 너는 왜 꿈 한 번을 안 꿔 주지? 그날 그렇게나 크게 함께 웃었는데. 이렇게 불공평하고,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효율성 떨어지는 일 따위 집어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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