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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김청귤

jhy_2023 2024. 9. 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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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김청귤의 인물들은 그렇게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끝까지 서 있는 법을 보여준다._천선란(소설가) 재작년 《재와 물거품》으로 한국 환상소설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었던 김청귤이, 이번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육지가 모두 바다로 덮인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간 인류의 이야기를 여섯 편의 연작으로 묶어냈다. 바다를 무대로 인물들이 나누는 무지갯빛 사랑을 경험해가면서 지구의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해볼 기회가 바로 여기 있다. 빙하에서 퍼진 전염병로부터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가족과 연인의 이야기가 담긴 〈불가사리〉에서 시작해, 배 위에서 생활하며 떠도는 인간과 물속에 적응한 신인류와의 갈등(〈바다와 함께 춤을〉〈파라다이스〉), 이후 해저도시에 정착하여 생존을 모색하는 시절(〈해저도시 배달부〉〈해저도시 타코야키〉), 그리고 물속의 신인류가 지구의 회복을 도모하는 시기(〈산호 트리〉)로 이어진다.
저자
김청귤
출판
래빗홀
출판일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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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고요하게 넘실거리는 바다가 있다.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진한 파란색 위로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바다 표면이 유리 가루를 뿌린 것처럼 한없이 반짝거린다.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면, 저 빛 속으로, 햇빛에 따뜻하게 달궈진 물 안으로, 끝내 빛이 닿지 않을 만큼 서늘한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바다가 나를 부른다....

"해저도시 타코야키" 중에서 김청귤
빙하는 남아 있지 않고 살 만한 땅도 줄어들고 있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끈질기고 치졸하며 이기적인 방식으로 대책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생명의 바다에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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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른들은 바다를 두려워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라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순식간에 녹아서 어떠한 대비도 못 한 채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겼다고 했다. 해일에 풍화되어 남은 땅들마저 깎여 나갔고 육지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하늘이 노해서 비가 너무 많이 오는 재앙이 찾아왔다고, 선택받은 자만이 구원받을 거라며 소리치는 사람도 많았단다. 그때 죽은 사람들이 차라리 호상이었다며 부러워하는 할머니를 본 적 있다. 옛날에는 누가 죽으면 시신을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워 가루로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그냥 바다에 버린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
마른땅이 모두 사라진 건 어른들 탓인데. 하지만 나는 착하니까 “있을 때 잘했어야지!” 하고 말하지 않겠다....
“짜잔!”
“세상에, 이렇게 큰 보석이 달린 목걸이라니! 어디서 났어? 이런 게 더 있어?”
“어……. 잘 모르겠어요. 더 뒤져봐야 해요.”
“어딘데? 엄마랑 같이 가서 찾아보자.”
“아냐, 깊어요. 엄마는 못 가요.”
“혹시 너랑 같이 다니는 돌고래가 구해준 거니? 그 돌고래한테 더 많이 가져오라고 해봐! 남들이 가져가면…… 아니야, 돌고래만 구할 수 있는 거면 깊은 곳에 있다는 뜻이겠지. 이번 기회에 우리도 크루즈를 타는 거야. 얼른 가져오라고 해!”
 엄마가 목걸이를 꽉 쥔 채 계속 소리를 질렀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겁에 질리거나 화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슬퍼졌다. 옛것은 우리가 조금 더 풍족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었지만, 나는 거기에만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 바다가 되고 싶어요?”
“뭐?”
“엄마 마음속에 태풍이 온 거 같아. 잔잔해질 때 돌아올게요.”
도로 바다로 들어가 엄마에게서 멀어졌다. 어느새 따라온 아카가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주둥이를 내 머리에 비볐다. 아카에게 매달린 채 한숨을 쉬자 수면을 향해 퐁퐁퐁 올라가는 공기 방울이 보였다....
그러나 나 혼자서 많은 생명을 살리기는 역부족이었다. 해저도시에서 올라온 게 분명한, 거대한 무언가가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들을 잡아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잡히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그물을 친 건지 모르겠지만, 넓게 펼친 그물을 아주 멀리서부터 끌고 온 터라 내가 잡힌 것도 몰랐다.
  그물 안에는 돌고래, 새끼 고래 등 다양한 바다 동물이 있었다. 물고기는 산호를, 돌고래는 물고기를, 인간은 그 모든 것들을 먹는다는 걸 안다. 그게 먹이사슬이고 자연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한 번에 저렇게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물고기, 돌고래, 상어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잡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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